아래의 글은 Zero to one의 저자인 Peter Thiel이 칭화대에서 강연한 Startup Thinking이라는 수업중 Assignment였던 “What is something true and important that very few people agree with you about?”에 대하여 생각해 본 것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10년 동안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휴직하고 이곳 칭화대로 교환학생을 온 지 오늘로 약 한달이 지나간다. 처음 회사를 휴직하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에 대하여 많이 물었었다. 그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계속 물었었고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 있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정말 맞은 선택일까? 이곳에서의 1년이 과연 미래의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가?
처음 중국을 가려고 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짧지않은 직장생활로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업무로 인하여 내 자신이 정체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2년 전 대학원(MBA)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KAIST에서 좋은 교수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지원하게 되었다.
지원할 때만해도 원래 전공이 일본어다 보니 일본에 있는 대학원을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되려고 했는지 일본 쪽에 가고 싶던 대학의 TO가 안타깝게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만해도 아무래도 교환학생은 무리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포기하고 있던 찰나, 지원이 가능한 대학 리스트를 보다가 중국 쪽에 눈이 가게 되었다.
솔직히 이야기 하면 중국은 내 인생과 완전 관련이 없는 나라중의 하나였다. 기껏해야 일하면서 판촉물 검수하러 동관이나 이우 쪽의 공장에 몇 번 가본 것 말고는 별로 갈 기회도 없었고, 중국어가 어렵다는 이야기 때문에 아예 배울 생각도 해 본적도 없는 나라였다. 미디어에서는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연일 방송되고 있었지만, 그건 뭐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려고 했는지 교환학생 가능 대학 리스트에서 중국 쪽에 눈이 가게 되었고, 일본어 전공 했으니까 한자는 그나마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정말 단순한 객기 어린 생각에 후다닥 지원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선정되어 운이 좋게 이곳 칭화대에 교환학생으로 올 수 있게 되었다.
올 수 있게 된 건 좋은데 그렇다면 회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10년간 다닌 회사를 아무대책없이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을 찾을 것인가? 여기서도 감사하게도 운이 좋게 사규를 뒤져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걸 아무도 몰랐었지 할 정도로 허무하게도 정말 클릭 몇 번에 10년 근속한 사람에게는 1년의 휴직이 가능하다는 휴직과 관련된 사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도 이런 사규를 이용해서 휴직한 사람도 없고, 물론 중국에 다녀와서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있으리라는 보장도 전혀 없고, 같이 회사에 입사한 동기들은 승진해서 회사 내에 요직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어쨌든 마음을 기댈 곳은 만들어두고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팀장님 및 다른 분들께서도 별 무리없이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중국에 오는 것이 최종 결정되었을 때, 나는 무언가 이곳 중국에서 해야할 일의 목표를 정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젊은 날의 내가 아니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1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언가 목표를 정해야 적어도 100%로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첫번째는 물론 중국어를 어느정도 배워 오는 것이다. 대학생 때 일본에 교환학생을 갈 때도 그렇고 영국에 어학연수가서 보험회사 인턴 할 때만해도 그나마 어느정도는 그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중국어는 말그대로 제로상태에서 오다 보니 과연 중국을 내가 어느정도 이해하고 보고 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 한달이 지난 상태의 나는 겨우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킬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급격하게 발전하는 중국의 IT와 O2O산업을 체감하고 싶다. 중국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IT와 스타트업으로 생각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IT와 O2O산업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실생활 속에 깊숙하게 IT가 침투되어 있는 중국의 발전을 체험하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두번째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경험함으로서 앞으로 남은 내 삶의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직 여기 온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유명한 인사들의 강연을 수시로 들을 수 있었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었다. 틈나는 데로 많이 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 언젠가 내 생각이 정리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What is something true and important that very few people agree with you about? 이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한국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가 중국으로 놀러 와서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눴던 대화가 이 질문에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동료가 말하기를 ‘과장님이 그렇게 중국으로 떠나고 나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부러워한다. 그런데 그들은 부럽다 부럽다 말만 하지 과장님처럼 실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뭔가 변화하길 원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이렇게 봐준 동료에게 고맙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말해준 게 아닌가 싶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수많은 이유, 편안함에 대한 자연스러운 익숙함 등 너무나 많은 제약들이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를 시도한 사람들을 부러워만 한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고, 지금 이곳에 오도록 한 변화가 과연 맞는 일이었는지 에 대해서도 아직도 모르겠고, 계속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한가지는 맞지 않을까 싶다. 나는 변화를 원했고, 그 변화를 위해 무언가를 행동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삶과 이후의 삶이 별반 차이가 없을지라도 내 인생의 한 부분에서 변화를 도모했다는 점은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지내는 1년간의 기록을 가끔씩 남기려고 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로그이지만, 나중에 다시 볼때를 생각해서 한번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 보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리플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