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까먹기전에 남기는 주말 이야기.
지난 토요일에는 고북수진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중국사람들이 이용하는 Ctrip의 국내여행 패키지를 이용해서 갔다왔다. 惠新西街南口역에서 10시에 모여서 버스를 타고 가는 자유여행 패키지였는데, 갔더니 Ctrip표시가 있는 버스가 없어서 한참 헤메다가 잘못 버스타고 갈뻔했다 ㅎㅎ 토요일이다보니 고속도로가 엄청 막혀서 가는데 3시간이나 걸렸고, 미어터지는 사람들로 혼잡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고북수진은 정말 가볼만 했다. 정말 동북지역 수향마을 하나를 통째로 재현해놓은 중국의 스케일에 놀라고 너무나 예쁜 거리 모습에 사진기가 쉴틈없이 찍어댈 수 있었다. 뭐 쉽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곳이니까 실제는 아니지만 정말 너무 예쁘기 그지없었다. 특히 낮과는 또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밤의 고북수진은 하룻밤쯤 이곳에서 묶으면서 밤길을 사부작사부작 걷고 싶더라. 이번 여행이 아마 김박, 현박과 함께 하는 마지막 중국여행이 될텐데, 아무쪼록 이 친구들도 중국에서의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갔다가 돌아오는길에 너무 피곤해서 우버를 불렀는데 아이고야 내 귀는 정말 문제가 있는지 기사아저씨가 뭐라 카는지를 도저히 못알아 듣겠더라. 3~4번을 통화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내가 도저히 못알아듣겠다고 전화 좀 대신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알고봤더니 기사아저씨는 내가 있던 곳에서 대각선에 차 세워놓고 날 애타게 불렀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알아듣지도 못하고 중국어 특유의 뉘앙스때문에 화내는줄로만 알았다… 허허허… 더욱 더 중국어 공부에 불타게 만드는 에피소드만 쌓여가는구나 ㅠ.ㅠ
일요일에는 DOJOB이라는 외국인을 위한 파트타임 서칭 플랫폼에서 주최하는 Language Exchange 행사에 가봤다. DOJOB은 북경어언대 학생들이 만든 조그만 스타트업같은건데 자기네들 스타트업 홍보도 할겸해서 진행한거 같더라. 그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가기 전까지 갈까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어제 우버 건도 있고 내가 중국까지 와서 귀차니즘에 휘말리면 정말 인간도 아니다 싶어서 한번 나가 봤다. 역시 뭐든지 일단 해보고 볼일이다. 거기에 간 덕분에 몇명의 중국인 친구들도 사귈수 있게 되었고, 정말 실컷 되지도 않는 영어와 중국어를 써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진짜 뭐든 해봐야 된다.
집에 돌아와 왠지 오늘은 맥주가 너무 땡겨서 C빌딩 슈퍼에서 한 캔을 사가지고 와 책상에 앉았다. 슬슬 중국 생활에도 적응이 되어 가고 있다보니 조금씩 귀차니즘도 어디선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려고 하는데, 내가 여길 어떻게 왔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어떻게 받아낸 일년인데… 소중한 안식년을 낭비할 수는 없지! 다시금 다짐하며 맥주 한 모금을 넘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