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donga.com/3/all/20100124/25637732/1
‘직원 배려’가 경영철학… 금융위기때 “감원없다”
정원사-운전사까지 정규직… 육아시설-병원-사우나 갖춰
출근시간 따로없는 자율근무… 직원들 회사에 모든 것 바쳐
SAS 본사는 약 4㎢(약 120만 평)의 대지에 25개의 건물이 있어 ‘캠퍼스’로 불린다. 사진은 회사 로고 모양의 휴식공간(위 사진). SAS가 자랑하는 피트니스센터의 수영장에서 직원들이 수중 배구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SAS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SAS인스티튜트를 선정했다. 이 회사는 연봉이 최고로 높은 것도 아니고 비상장업체라 스톡옵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구글이나 골드만삭스와 같이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은 지난 12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리스트 상위에 늘 올라있었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 혜택이 ‘끝내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 1위를 한 비결은 따로 있었다.
○ “어려울 때 사람 내보내지 않겠다”
SAS의 짐 굿나이트 창업자 겸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아무도 자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SAS는 지난해 아무도 내보내지 않았다. 포천은 이와 관련해 “직원들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이겨나가는 데 기업이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가 이번 순위를 선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고 밝혔다.
SAS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뿐 아니라 정원사나 운전사, 심지어 ‘캠퍼스’라 불리는 회사 내에서 4000개의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미술가까지 모두 정식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SAS의 이직률은 평균 4∼5%다. 2009년에는 2%에 그쳤다. 미국 정보기술(IT) 평균이직률은 약 20%이다. SAS코리아 김현민 차장은 “인력 채용과 교육 부문에서 절감되는 비용이 제품에 대한 투자비용보다 많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나왔다”고 말했다.
굿나이트 회장은 “어려울 때 직원들에 대한 배려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시장이 되살아나면 SAS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직원 배려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아
SAS는 엄청난 복지 혜택이 강점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모델로 알려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Research Triangle Park) 인근에 본사가 있다.
건강보험료의 90%를 회사가 내주며 회사 내에 4개의 대규모 육아시설을 갖추고 있다. 4명의 전문의와 10명의 물리치료사, 40여 명의 간호사를 둔 병원도 있다. 모든 직원은 1인 1실에서 근무하며 출근시간도 따로 없다. 병가를 내는 것도 제한이 없고 6130m² 규모의 피트니스센터에서는 각종 운동은 물론 사우나, 머리 손질, 마사지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SAS가 이런 시설을 마련한 것은 행복하고 건강한 직원이 생산성도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SAS코리아 조성식 사장은 “직원에 대한 배려는 굿나이트 회장의 경영 철학으로 전 세계 SAS 사무소 어디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SAS코리아도 지난해 한 사람도 내보내지 않았으며 임금 인상이나 보너스 제공도 예년에 하던 대로 진행했다.
‘SAS’라는 통계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진 SAS는 통계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카드 거래 등 고객 행동을 모니터링하다가 갑자기 많은 금액을 사용하는 게 포착되면 고객에게 확인을 요청하거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는 등의 솔루션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