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먹으면서 들었던 것 중에 갑자기 내머리를 강타하는 질문이 있어서 끄적거린다.
‘니가 하는 일이 뭐야?’
나는 이 회사의 광고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광고를 제작하지도 않고, 광고 아이디어를 짜내지도 않는다. 그런건 다 전문광고 대행사가 있으니 거기다 의뢰를 할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결정권이 있는 인간도 아니다. 내가 아무리 이런 광고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광고를 만들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난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인가? 허울좋은 광고 담당이라는 직책명 말고 진짜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내가 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 그 단순한 질문에 갑자기 머리가 띠잉~하니 충격을 받았다…
요즘 광고업무를 맏은지 보름만에 첫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대행업체들을 불러 OT를 주관해서 실시하고, 경쟁PT를 시키고, 업체를 선정하는데까지가 현재 진행상태다.
아직 제작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말을 하는게 조금 섯부를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내가 해야할 일은 바로 좋은 광고주가 되도록 회사를 유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좋은 광고주가 좋은 광고를 만든다는 말은 있지만, 정작 좋은 광고주가 되는 길이란 그리 만만한 게 아닌것 같다. TV광고는 현재로선 일개 회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홍보수단이다 보니, 이와 연계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산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것이다. 영업에서는 TV광고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 하기를 원하고, 제품개발에서는 제품을 우선시키기를 원하고, 마케팅은 또 좀더 크리에이티브하기를 원하고 윗분은 브랜드를 중시하기를 원한다. 다들 원하는게 다르니 이거 원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고민일 따름이다.
결국 이 수많은 이해관계를 살살 달래고 어르고 풀어서 모두가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내가 해야될 일이 아닐까 싶다. 만인을 만족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내 나름대로의 룰을 세우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서 좋은 광고를 만들수 있도록 조율하는 게 바로 내가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말이 쉽지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나 싶어지긴 한다. =_=;;;
앞으로 내가 가야 길이 참 첩첩산중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Was it moi?
yes it w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