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광고 만드는 광고주 특징 셋 –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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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된 일이다. 당시 다니던 광고대행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분께 광고주들이 제대로 하지를 못해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다며 불평을 마구 늘어놓았다.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드는 겁니다”는 말도 했다. 눈을 감고 그 긴 불평을 쭉 듣고 있던 그 CEO께서 말씀하셨다. “정 그렇다면 광고주를 좋은 광고주로 만들면 되지 않는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불평만 해댔지 실제로 어떤 광고주가 좋은 광고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불평만 내뱉고 다녔다.

이후 과연 좋은 광고주란 어떤 사람들인가부터 세세한 조건까지 규정해 보는 것을 업계 종사자로서 과제의 하나로 삼았다. 계약서상 `갑`과 `을` 존재가 뚜렷하게 나뉜 우리 사회에서 사실 주로 `을`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갑`은 모름지기 이래야 좋은 `갑`이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 만용에 가까운 화를 자초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든다`는 소리를 업계에서 가끔 듣는데, 좋은 광고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리해 이야기하는 것은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한때 같은 소리를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도 느껴 여기에 좋은 광고주가 되기 위한 요건들을 적어 본다.

◆ 광고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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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대행사 창업자인 데이비드 오길비는 광고인이 되기 전 다채로운 경험 중에서 세일즈맨 활동을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평생을 통해 “사람들은 지난밤에 TV 광고에서 한 농담 때문에 새로 나온 세제를 사지 않는다. 제품의 혜택을 얘기해야만 팔 수 있다”라고 한 말처럼 실제 제품을 파는 것을 광고의 최우선 목적으로 삼았다.

제품 판매를 광고 목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광고주가 없지만 제품 판매에 이르기 위한 경로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여러 광고물들이 시리즈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집행되는 광고 캠페인은 시기나 매체 종류에 따라 각 광고물들 기능과 세부 목적은 다를 수 있다. 광고주 성향이나 당면한 상황에 따라서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든 화제를 불러일으키려고 한다거나, 예술적인 완성도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든지, 최고 의사결정권자 개인적인 기호에만 영합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모두 단편적으로는 있을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광고주는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제품 판매와 같은 궁극적인 목표를 포함한 다른 목적들과 어떻게 융합되어 화음을 연출할 것인지, 바로 전략 방향과 목적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어야 한다. 광고에서 `여러 가지를 얘기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얘기한 것이 아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광고주로서 여러 방향을 준 것은 결국 아무 방향도 주지 않은 것이다.

◆ 대행사가 다른 얘기를 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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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대행사를 다니며 얻는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업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리고 광고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비자 쪽에서 생각하기가 용이하다. 예를 들면 광고주는 제품 개발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기술적 한계까지도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 시각이 제한돼 있는 데 비해 광고대행사는 얼토당토않을 수도 있지만 광고주 쪽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나와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부 대행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광고주는 자신의 한계를 외부 대행사 힘을 이용해 넓혀야 한다. 그런데 대행사를 자신의 한계 안으로 우겨서 집어넣으려 애를 쓰는 모습을 많이 본다. 같은 편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데, 그들에게 자신이 내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라고 강요하면 대행사를 쓸 이유가 없다.

대행사에 특정 제품에만 단기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특정 제품만을 다룬 사람만을 요구하는 것은 대행사를 이용하는 혜택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다.

대행사 인원들은 제품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에서는 광고주보다 전문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광고물 디자인이나 스포츠 행사 진행 등 자신만의 고유한 기능적인 영역들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업무적 전문성을 얻기 위해 대행사를 쓴다. 대행사 내부에 다양한 업무에 정통한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소규모 대행사는 외부 자원을 조직해 쓴다.

바로 그 다양한 외부 자원을 쓰는 노하우가 대행사들에 많다. 그런데도 대행사를 쓰면서 각 분야마다 직접 개별적으로 세세히 관여하는 광고주들이 꽤 있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를 맡기고 큰 방향을 잡는 전략에 관한 고민을 하라고 대행사를 쓰는 것이다.

대행사 사람들이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여건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상궤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대행사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무엇보다 카툰에서 보았듯이 최종 결정은 광고주가 한다. 맘대로 놀게 하고 광고주로서 취사선택하면 된다.

◆ 기업 브랜드는 광고의 기본이다

= “광고는 매년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데, 왜 광고대행사에 해마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거죠?” 하고 묻는 광고주 CEO에게 대행사 CEO가 대답했다. “그걸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게 우리 일이거든요.” 여기서 광고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광고물이 아닌 테마, 바로 광고의 컨셉트다. 그 컨셉트의 기본은 브랜드다. 대행사가 지키고 있었던 것은 바로 기업의 영혼이자 존재 이유를 담고 있는 브랜드였던 것이다.

이 대화가 광고주에게 주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브랜드를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광고 대행사에 무엇을 지킬 것인지 전략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줄 수 있다. 둘째, 명료하게 정의된 브랜드에 따라 바꿀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세부 전술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 전술적 규정에 따라 각 분야별 전문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동원할 수 있는 책임을 광고대행사에 지울 수 있다.

정리해 보면, 대행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기업을 운영하거나 제품 마케팅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브랜드라는 근간을 중심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하며, 세부 전술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그에 따라 대행사에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고, 단일한 창구를 만들어 최대한 전문성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운용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했다. 너무 당연하기에 오히려 지켜지지 않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근래 `광고대행사`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광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현재 상황과 사실 맞지 않다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서는 `광고주`와 관계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기존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from MK MBA [Insight]  2011.02.11 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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