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1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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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써 드디어 중국에 온 지 정식으로 석 달이 됐다. 최근에는 거의 석 달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버벅거리는 중국어가 너무 부끄러워서 맨날 두 달 반 정도 됐다고 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돼버렸다. ㅠㅠ 벌써 석 달이나 됐다는 믿기지 않는다. 첫날 황량한 기숙사 안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제는 웬만큼은 이곳에서 생활하는데 많이 적응한 듯싶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정말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다. 아쉬움 남지 않게 지내야 할 터인데…

석 달이 된 건 된 거고, 저번에 근황을 남긴 이후로 한 이십일 정도 된 거 같은 데 또 까먹기 전에 근황을 남긴다.

노동절 기간에는 상하이, 항저우 쑤저우 여행을 다녀왔다. 중국은 정말 도시마다 특색이 있다고나 할까, 뭔가 각각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다. 여행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더 깊이 다루도록 할테지만, 왠지 계속 여행에 빠질 듯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은 진영이가 중국에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여행을 조금 길게 다녀왔더니 같은 시기에 왔던 교환학생 애들이 대부분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보통 교환학생은 1학기 정도만 있다 보니 나같이 1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왠지 혼자 남겨진 기분이다. KAIST에서 같이 왔던 김박, 현박도 돌아가 버리고 나니 왠지 더 아쉬움이 더 큰 듯하다. 참 착하고 좋은 친구들인데, 다들 한국 돌아가서도 인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혼자 남은 김에 공부나 더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지난주에는 Pierre Azoulay MIT 교수가 직접 와서 intensive 하게 진행하는 Entrepreneurial Strategy 수업이 있다기에 청강을 했다. MIT직강이라기에 조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짧은 기간의 특강이라서 그런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MBA 사무실 직원인 듯한 인간이 교환학생한테는 오픈되지 않니 어쩌니 지껄이는 바람에 좀 빈정 상한 것도 없지 않았지만(그럴 거면 교환학생을 왜 받아?),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프레임웍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수업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꼽사리 껴서 중국의 스타트업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보다 Niall Ferguson 하버드대 교수가 하는 ‘중국과 세계’라는 특강을 몇일 청강 했는데 이게 아주 흥미로웠다. 중국에 대한 다양한 perspective를 체감할 기회였으며, 중국에 대한 역사 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래도 Niall Ferguson 교수의 저서들을 조금 찾아봐서 읽어봐야겠다. 그의 저서를 기반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도 있다고 하는데 꼭 봐야 할 듯…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중국어 학원을 하루에 세 과목을 듣도록 신청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되는 강행군이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강제를 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에 조금 무리를 했다. 오늘 처음으로 한 싸이클 돌아봤는데 확실히 피곤하고 힘들긴 하지만 못할 것까진 아닌 듯 같다. 왠지 한국에서보다 더 빡세게 사는 것 같아서,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생고생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엄하게 허송세월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쨌든 이렇게 나의 3개월째가 지나가는구나…

남은 시간도 좀 더 빡세게 보내다 보면 언젠가 저 꽃처럼 내 인생도 꽃필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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